호텔리어

호텔리어와 AI의 공존 가능성: 자동화 시대에도 사람이 필요한 이유

christinablog 2025. 7. 11. 04:34

호텔리어는 기술 속에서도 감정을 책임지는 존재다

호텔은 단순히 잠만 자는 공간이 아니다. 고객은 호텔에서 단지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환대받고 있다’는 감정을 경험하기 위해 방문한다. 이 감정은 구조적인 시스템이나 매뉴얼만으로는 제공될 수 없으며, 결국 사람이 사람을 마주하며 만들어내는 관계 속에서 형성된다. 호텔리어는 그런 감정을 설계하고 유지하는 핵심적인 존재다.

호텔리어와 AI의 공존은 가능할까?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호텔 산업에도 인공지능 기술이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셀프 체크인 키오스크, AI 챗봇 예약 시스템, 무인 객실 안내, 자동화 룸서비스 요청 시스템 등은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기술이지만 이제는 중급 호텔에서도 흔히 볼 수 있게 되었다. AI는 빠르고 정확하며,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개인화된 추천도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호텔리어에게 위기의식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AI가 우리 역할을 대신하게 되는 건 아닐까?'라는 불안은, 단지 기술 때문만이 아니라 점점 더 기계 중심으로 재편되는 호텔 운영 방식 때문이다. 그러나 호텔리어의 진짜 역할은 반복적이고 기계적인 일이 아니라, 고객의 불안과 요구, 감정의 미묘한 결을 읽고 대응하는 데 있다. 기술은 그것을 보조할 수는 있어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호텔리어와 AI는 ‘역할 분담’의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

AI 기술은 호텔 산업에서 분명히 효율성을 높이는 도구로 작용한다. 대기 시간 없이 빠르게 체크인할 수 있는 키오스크는 고객에게 편리함을 제공하고, AI 챗봇은 늦은 시간에도 24시간 예약 문의를 처리한다. 고객이 직접 버튼 하나로 요청할 수 있는 룸서비스 시스템은 인건비를 절감하면서도 일정 수준의 서비스 만족을 유지하게 해준다. 이처럼 AI는 호텔리어가 담당하던 반복적이고 표준화된 업무를 상당 부분 대체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 해결이 필요한 순간, 감정이 개입되는 상황, 복합적인 요구가 얽힌 응대에서는 AI의 한계가 명확히 드러난다. 예를 들어, 고객이 체크인 중 객실 배정에 불만을 토로하며 흥분한 경우, AI는 미리 설정된 응답만 제공할 뿐 상황을 진정시키거나 적절하게 위로하는 감정적 피드백은 제공하지 못한다. 이때 호텔리어의 역할은 단순히 시스템을 보완하는 수준이 아니라, 서비스의 중심을 다시 사람 쪽으로 끌어오는 것이다.

AI가 보편화되면서 오히려 ‘사람이 응대해주는 서비스’에 대한 가치가 더 부각되고 있다. 호텔리어는 고객이 기계적인 응대에 피로감을 느끼거나, 예외 상황에서 인간적인 공감과 배려를 원할 때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따라서 앞으로의 호텔리어는 기술을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기술과 함께 작동하는 방식에 익숙해져야 한다. 사람은 사람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을 중심으로 남고, AI는 그것을 보조하는 방식으로 ‘공존’이 가능해진다.

 

호텔리어로써 고객은 여전히 ‘사람에게 서비스받고 싶다’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

고객은 점점 더 스마트한 서비스를 기대한다. 빠른 처리, 대기 없는 응대, 24시간 이용 가능한 자동화 시스템은 고객 입장에서 분명히 매력적인 요소다. 하지만 인간은 감정적 존재이며, 서비스라는 것은 단지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만이 아니라, 공감과 신뢰를 느끼게 해주는 과정 전체를 포함한다. 특히 가족 단위 고객, 중장년층, 외국인 관광객 등은 무인 시스템보다 직원의 설명과 배려가 동반된 응대를 더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호텔리어는 바로 그 지점을 지킨다. 고객이 전산 시스템 오류로 인해 객실이 변경되었을 때, 그 상황을 감정적으로 진정시키고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은 사람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또한 고정된 언어만 사용하는 AI에 비해, 호텔리어는 고객의 말투나 표정, 분위기를 실시간으로 읽고 그에 맞게 말의 높낮이와 내용을 조절할 수 있다. 이것은 훈련된 공감 능력과 직관을 기반으로 하기에 기계가 흉내 내기 어렵다.

그리고 고객은 호텔에서 단순히 잠만 자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를 경험하는 공간’을 원한다. 고급 호텔일수록 고객은 감성적인 환대를 기대하며, AI보다 호텔리어에게 더 많은 신뢰를 보낸다. 이러한 고객 경험은 단순한 기술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호텔리어는 단지 일을 처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고객의 하루에 정서적인 여운을 남기는 직업이다.

 

호텔리어는 기술을 두려워하지 않고, 주도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호텔리어가 AI를 경계할 것이 아니라, AI를 활용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자동화 시스템은 호텔리어의 일을 줄여주는 도구이자, 고객에게 더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는 수단이다. 예를 들어, 셀프 체크인 시스템이 도입되면, 호텔리어는 반복적인 업무에서 벗어나 VIP 응대나 예외 상황 처리, 불만 고객 케어 등 더 정교한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오히려 호텔리어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기회가 된다.

앞으로의 호텔리어는 기술 문해력도 함께 갖춰야 한다. 단순히 프런트 데스크에 서 있는 사람이 아니라, PMS 시스템을 이해하고,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서비스를 조정하며, 자동화 도구와 고객 사이를 매끄럽게 연결하는 ‘조정자’로 성장해야 한다. 이런 역할 변화는 호텔리어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 전문가로서의 위상을 더 강화하는 방향이다.

호텔리어가 기술에 밀리는 것이 아니라, 기술과 함께 일하며 더 깊은 고객 경험을 만드는 전문가로 진화한다면, AI는 결코 위협이 아니라 도구가 될 수 있다. 결국 호텔이라는 공간에서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건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 만든 따뜻한 순간이며, 그 중심에는 언제나 호텔리어가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