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리어

호텔리어와 AI가 함께 일하는 실제 현장 사례 분석

christinablog 2025. 7. 15. 21:45

AI와 호텔리어가 함께 일하는 호텔, 그 풍경은 어떻게 달라졌나

최근 몇 년간 호텔 산업의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 자동화 시스템이 호텔 전반에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특히 룸서비스, 프런트 데스크, 예약 관리, 하우스키핑, 고객 상담 등 다양한 영역에 AI가 도입되며, 호텔리어의 업무는 단순한 반복에서 탈피해 새로운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다.

 

호텔리어와 AI가 같이 일 할 수 있는 환경

 

일본 도쿄의 ‘Henn-na Hotel’은 AI 기술을 전면에 내세운 대표 사례다.

이 호텔은 로봇이 프런트 데스크 업무를 수행하고, AI가 객실 온도와 조명을 조절하며, 룸서비스도 로봇이 배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고객 응대에 있어 불편함을 겪은 사례가 반복되면서, 인간 호텔리어가 다시 배치되기 시작했다.

이는 AI 단독 시스템의 한계와 함께, 인간 호텔리어의 감성적 서비스 역량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국내에서도 AI 도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서울 강남의 한 대형 비즈니스 호텔은 2023년부터 AI 컨시어지 시스템을 도입하여, 고객이 태블릿으로 체크인·체크아웃을 하고, 필요 물품은 로봇을 통해 요청할 수 있게 했다. 이에 따라 프런트 호텔리어는 고객의 문의에 직접 응대하는 비중이 줄었지만, 대신 고객의 데이터 기반 응대 전략을 설계하고, VIP 고객을 전담하는 맞춤 서비스에 집중하게 되었다.

즉, AI가 도입되면서 호텔리어의 역할은 양적으로 줄어들기보다는 질적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고객에게 단순히 객실 번호를 전달하고 신분증을 확인하던 시대에서, 고객의 이력과 선호를 분석해 보다 고차원적인 서비스를 기획하는 ‘서비스 플래너’의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다.

실제 현장 사례  첫번째는 AI와 공존하는 프런트 호텔리어의 하루

서울의 한 프리미엄 호텔에서 근무 중인 A씨(가명) 호텔리어는 AI 시스템과 함께 일하는 경험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체크인은 고객이 키오스크나 모바일 앱을 통해 스스로 진행하지만, 저는 항상 로비를 주시하고 있다가 고객이 기기 사용에 어려움을 느끼거나, 외국인 고객이 다국어 선택을 망설일 때 바로 다가가 돕습니다.” 그는 과거보다 ‘직접 응대’ 횟수는 줄었지만, 오히려 “더 전략적인 타이밍에 개입함으로써 고객의 만족도가 확연히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또한 A씨 호텔리어는 AI 챗봇과의 협업도 일상적으로 이루어진다고 했다. “고객이 방에서 요청한 추가 베개나 수건은 AI 챗봇이 자동으로 수요를 파악해 하우스키핑 팀에 전달하고, 이후 로봇이 배달합니다. 저는 그 과정에서 고객의 피드백을 수집하고, AI가 수집하지 못한 감정적 불만을 감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는 이러한 방식이 호텔리어를 ‘사람 대신 움직이는 기계’에서, ‘서비스의 감도와 완성도를 책임지는 설계자’로 탈바꿈시켰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해당 호텔은 2022년 대비 룸서비스 배달 속도가 30% 이상 빨라졌고, 고객 불만 건수도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AI가 실무를 담당하고, 호텔리어는 그 바깥에서 고객의 심리적 만족을 디자인하는 방식이 자리잡은 것이다.

이러한 업무 분업 구조는 호텔리어의 피로도를 낮추는 동시에 고객 만족을 극대화하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 현장 사례 두번째는 AI가 바꾼 룸서비스 운영, 로봇과 호텔리어의 협업

또 다른 사례로, 부산의 한 해운대 오션뷰 호텔은 2024년부터 AI 기반 룸서비스 로봇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해당 호텔은 코로나19 이후 해외 관광객 수요가 증가하면서, 다양한 언어를 지원하는 AI 시스템과 자동화된 배달 로봇을 통해 룸서비스 효율성을 대폭 개선했다. 고객이 태블릿에 원하는 식사 메뉴를 입력하면, AI가 주방과 연동되어 즉시 주문을 전송하고, 조리가 완료되면 배달 로봇이 객실로 이동한다. 이 과정에서 호텔리어는 배달 자체에는 관여하지 않지만, 배달 이후 고객의 만족 여부와 후속 응대를 담당한다.

이 호텔의 룸서비스 담당 호텔리어 이지은(가명) 씨는 “배달이 끝났다고 해서 우리의 역할이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이후가 더 중요하죠. 고객이 배달 음식에 만족했는지, 혹시 조리 상태에 불만은 없는지, 다음날 어떤 식사를 원하는지를 AI는 모릅니다. 그걸 알아채고 챙기는 것이 저희의 역할입니다.”라고 말했다. 이지은 씨는 AI를 ‘업무 도우미’라고 표현하면서, “AI가 없었을 때보다 훨씬 더 고객 한 명 한 명에게 신경 쓸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고 강조했다.

이 호텔은 AI 시스템 도입 전보다 호텔리어 1인당 하루 대응 건수가 줄어든 대신, 고객 1인당 체류 만족도는 오히려 상승했다. 특히 고객 후기 중에는 “로봇이 와인을 가져다주고, 호텔리어가 취향에 맞는 잔까지 추천해 준 것이 인상 깊었다”는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기술과 인간의 정교한 협업을 통한 ‘서비스 감도 향상’의 실증적 결과라고 할 수 있다.

 

AI와 호텔리어의 공존, 그리고 그 너머의 미래

AI는 호텔리어의 경쟁자가 아니다. 오히려 반복적이고 수작업 중심의 업무에서 해방시켜 주는 동반자이며, 호텔리어가 더 인간적인 영역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이다. 단, 중요한 것은 AI와 호텔리어가 단순히 병존하는 것이 아니라, 역할 분담의 기준이 명확히 정의된 협업 구조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AI가 잘하는 일, 사람이 더 잘하는 일을 구분하고, 그 접점을 유기적으로 연결해야 고객 경험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앞으로의 호텔은 ‘AI만으로 돌아가는 무인 시스템’이 아니라, AI의 효율성과 인간의 감성 서비스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운영체제로 발전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 이를 위해서는 호텔리어 스스로도 디지털 리터러시를 갖추고, AI 시스템을 이해하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응대 전략을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교육기관에서는 ‘감성 서비스’뿐 아니라 기술 이해도, 시스템 운용 역량, 고객 분석 능력 등을 함께 가르치는 커리큘럼 개편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호텔리어는 이제 단순히 손님을 맞이하는 사람이 아니라, AI로는 대체할 수 없는 감성적 케어와 전략적 응대를 설계하는 고차원 직무로 발전해야 한다. AI는 서비스를 빠르고 정확하게 만들 수 있지만, 고객을 ‘감동’시키는 건 결국 사람이다. 현장에서 일하는 수많은 호텔리어들이 기술과 함께 일하며 그 가치를 증명하고 있는 지금, 호텔 산업은 기술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가장 이상적인 서비스 모델을 향해 가고 있다.